
지난번 글에서 제 마음을 뜨겁게 동기부여 해주는 탑 애니메이션으로 '하이큐'를 슬쩍 언급했었는데요. 오늘은 드디어 그 전설의 시작인 하이큐 1기 리뷰를 본격적으로 풀어보려고 합니다. 사실 제가 이 작품을 처음 보게 된 것은 중학교 시절이었습니다. 정확히 일어난 시기는 중학교 3학년 때였는데, 기말시험이 끝났을 때였는지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네요. 당시 시험이 끝나면 학교에서 수업이 거의 없잖아요? 선생님들이 교실 TV로 영화를 틀어주시거나, 학생들이 원하는 영화를 담아오면 선생님 노트북으로 연결해서 보던 딱 그런 자유로운 시기였습니다.
그때 당시 저희 반 국어 선생님께서는 정말 놀랍게도 영화 대신 애니메이션인 '하이큐'를 틀어주셨습니다. 만화를 별로 안 좋아하던 아이들까지 TV에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몰입감이 엄청났죠. 그 여파가 얼마나 컸는지, 저희 반은 그 이후로 점심시간이고 쉬는 시간이고 온통 배구 열풍이 불어서 체육시간만 되면 다들 배구공을 들고 뛰어나갔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 정도로 저희 반 전체가 정말 재미있게 하이큐를 보았습니다.
사실 그때 당시 저는 배구 규칙을 하나도 모르는 백지 상태였습니다. 그나마 배구를 해봤다고 해봐야 체육시간에 수행평가 점수 받으려고 리시브 깔짝거려 본 정도의 얕은 이해도를 가지고 애니메이션을 보기 시작했죠. 하지만 배구를 몰라도 작품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신장'라는 한계를 뛰어넘는 거인, 코트 위의 운명적인 만남
하이큐의 주인공 히나타 쇼요는 배구에서 가장 절대적인 무기라고 할 수 있는 '신장'라는 신체적 요소가 한참 부족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어릴 적 TV에서 우연히 자신처럼 단신이지만 코트를 지배하던 '작은 거인'의 활약을 보고 배구에 완벽히 빠져들게 되죠. 신체적 불리함을 남들보다 몇 배는 높은 점프력과 엄청난 스피드로 극복해 나가는 역동적인 내용을 그립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주인공이 다니던 중학교에는 남자 배구부가 아예 없었거든요. 그래서 혼자 복도나 구석에서 외롭게 연습을 이어가다 중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겨우겨우 다른 부원들을 모아 비로소 생애 첫 공식 경기를 치르게 됩니다. 겨우 머릿수만 채워 나간 팀원들은 모두 배구 초보였고, 하필 첫 경기 상대는 강력한 우승 후보 학교였습니다. 주인공은 코트가 부서져라 열심히 뛰지만, 완벽한 실력 차이 앞에 경기는 처참하게 패배하게 됩니다.
이때 상대 팀의 천재 세터였던 카게야마 토비오는 적이었지만 주인공 히나타의 무시무시한 스피드와 높은 점프력에서 엄청난 가능성을 발견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배구의 기본기나 다른 모든 부분에서 너무나 미숙한 히나타의 모습을 보며 "너는 지난 3년간 도대체 무엇을 한 거냐"라며 매섭게 꾸짓었고, 자존심이 상한 히나타는 카게야마에게 강렬한 라이벌 의식을 느끼며 중학교 대회의 막을 내리게 됩니다. 그리고 반드시 고등학교에 가서 저 자식을 쓰러트리겠다고 다짐하죠.
원수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나 파트너가 되기까지의 우여곡절
이후 히나타는 자신이 동경하던 작은 거인이 활약했던 카라스노 고등학교에 부푼 꿈을 안고 입입하게 됩니다. 그런데 체육관 문을 열자마자 반드시 꺾어버리겠다던 철천지원수 카게야마를 팀원으로 딱 마주치게 됩니다. 같은 학교로 진학해 버린 것이죠. 만나자마자 둘은 으르렁거리며 말싸움을 장렬하게 하게 되고, 결국 첫날부터 큰 사고를 일으켜 주장 선배에게 찍혀 배구부 부원으로 받아주지 않는 엄청난 우여곡절을 겪게 됩니다.
하지만 부원으로 인정받기 위한 신입 친선 경기를 치르면서 반전이 일어납니다. 카게야마의 정확무쌍한 토스와 히나타의 보지도 않고 뛰는 스피드가 결합하여,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이 작품의 시그니처 기술인 '괴짜 속공'이라는 말도 안 되는 기술을 선보이게 됩니다. 서로 으르렁대던 두 천재가 비로소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가장 필요한 파트너로 서로를 인정하게 되는 순간이었죠. 친선 경기에서 처음 이 괴짜 속공이 상대 코트에 꽂혔을 때 화면 너머로 느껴지던 그 전율과 희열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동료들의 합류와 네코마전, 그리고 인터하이의 뼈아픈 한계
두 신입 괴물이 자리 잡으면서 카라스노 배구부는 점점 완전체가 되어갑니다. 과거의 사건으로 팀을 이탈했던 카라스노의 수호신이라 불리는 천재 리베로 니시노야 유우가 복귀하고, 철벽이라 불리는 타테공고와의 트라우마 경기 때문에 의지가 꺾여있던 팀의 에이스 아사히 선배까지 극적으로 다시 합류하면서 팀의 전력이 단단해집니다.
이후 과거 전성기 시절 오랜 라이벌 관계였으나 지금은 빛이 바랜 '쓰레기장의 결전'을 다시금 꿈꾸며, 도쿄의 전통 강호 네코마 고교와 뜨거운 연습 경기도 치르면서 팀은 몰라보게 성장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진짜 무대인 전국대회 예선 인터하이에 출전하게 되죠. 카라스노는 연승을 거두며 순항하지만, 준결승 길목에서 천재 세터 오이카와 토오루가 버티고 있는 아오바죠사이(세이조)와 피 말리는 혈전을 벌이게 됩니다. 하지만 상대의 철저한 분석 앞에 결국 히나타의 무적 같던 괴짜 속공이 막히는 뼈아픈 한계를 느끼게 되며, 아쉬운 패배와 함께 눈물을 흘리며 1기가 묵직하게 마무리됩니다.
철저한 스포츠 고증과 버릴 것 없는 입체적인 캐릭터의 매력
제가 생각하는 하이큐 1기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철저한 고증'에 있습니다. 요즘 웬만한 스포츠 애니메이션들을 보면 물리 법칙을 무시하거나 말도 안 되는 초능력을 쓰는 판타지물이 많은데, 하이큐는 실제 배구의 로테이션 기법이나 전술, 수비 위치 등을 완벽하게 지키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교한 고증을 화면에 그대로 표현해 주는 Production I.G 제작사의 깔끔하고 화려한 작화와 연출이 정말 매력적입니다. 공이 코트에 내리꽂힐 때의 타격감은 소름이 돋을 정도죠.
또한 청춘 학원물로서의 장점인 인물 간의 섬세한 감정 묘사와 서사도 가슴 절절하게 매력적이고 입체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주인공 한두 명만 돋보이게 부각되는 시스템이 아니라, 상대 팀 선수들까지 저마다의 사연과 눈물을 보여주기 때문에 선수 한 명 한 명 개별 팬이 생길 정도입니다. 정말 작품 안에서 그냥 버려지는 인물 없이 모두가 입체적이라는 것도 이 작품이 롱런하는 독보적인 매력 중 하나입니다.
최근에는 극장판 쓰레기장의 결전 등 극장판 시리즈도 재개봉하며 극장가에서 여전한 흥행과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는 명작이니, 아직 이 뜨거운 열정을 경험해 보지 못하신 분들이 있다면 이번 주말에 꼭 1기부터 정주행해 보시는 것은 어떨지 강력하게 추천해 드립니다. 코트 위의 땀방울이 여러분의 무기력한 일상에 확실한 활력을 불어넣어 줄 거라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