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번 가상 세계 언더월드의 철학적인 주제와 키리토, 유지오의 눈물겨운 모험을 다루었던 '소드 아트 온라인 3기 앨리시제이션' 전반부 리뷰에 이어서, 오늘은 마침내 인간과 인공지능의 명운을 건 거대한 대전쟁의 서막을 그린 후반부, 'War of Underworld(WoU)' 리뷰를 들고 왔습니다. 사실 이번 리뷰를 적으려고 정말 오랜만에 자료를 다시 찾아보았을 때,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애니메이션이 당연히 당연히 '4기'라고 생각하고 찾아봤었습니다. 그런데 제대로 알아보니 4기가 아니라 3기 2쿨 분량에 해당하는 후반부라고 하더라구요. 전반부가 끝나고 후반부가 방영될 때까지 시간 간격도 꽤나 있었고, 전체적인 에피소드 내용도 엄청나게 길었기 때문에 제 기억 속에서는 완전히 4기로 오해를 하고 있었던 것이죠.
이전 글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저는 이미 원작 소설로 앨리시제이션의 전체 스토리를 끝까지 다 보았던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소설 속에서 읽으며 온몸에 전율이 돋았던 앨리시제이션의 진짜 진수이자 하이라이트인 후반부 '언더월드 대전쟁'의 내용을 정말 목이 빠지게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애니메이션 전반부 내용이 하필이면 최고 사제 어드미니스트레이터를 간신히 쓰러트린 그 절정의 순간에 딱 끊기고 끝나버린 것을 보았을 때, 당시 컴퓨터 앞에서 정말이지 화가 머리끝까지 났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속으로 '아니, 이 뒤에 나오는 대전쟁 후반 내용이 진짜 진국인데 이걸 또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니!'라면서 혼자 감질나서 안절부절못했었죠. 그렇게 지독하게 기다림의 시간을 버티다 드디어 나온 후반 이야기, 'War of Underworld'가 시작되자마자 저는 만사 제쳐두고 누구보다 빠르게 한 화씩 시청을 시작했습니다.
오션 터틀의 기습과 언더월드 대전쟁, 앨리스를 지키기 위한 사투
이번 3기 후반부인 언더월드 전쟁의 주된 내용은, 전반부 마지막에 일어났던 현실 세계의 테러 사건과 고스란히 연결됩니다. 미군 국가급 가상 기술을 탐내는 의문의 테러리스트 무리들이 완벽한 상향 인공지능(보텀업 AI)의 결정체인 '앨리스'를 강탈하기 위해 키리토가 누워있는 해상 기지 '오션 터틀'로 무력 침입해 오면서 사건이 시작되죠. 그들이 강제로 가상 세계 제어권을 흔들면서 언더월드 내부에서는 인간계와 다크 테리토리(인계와 마계) 간의 거대한 전면 전쟁이 발발하게 됩니다.
이야기의 1쿨 마무리에 갑작스러운 서버 과부하와 일련의 충격적인 일로 인하여 심각한 영혼 상실 상태(정신이 나간 상태)가 되어버린 휠체어 신세의 주인공 키리토. 그런 찌질하고 나약해진 주인공을 지극정성으로 데리고 다니며 고향 마을로 돌아가 숨어 지내는 히로인 앨리스와의 초반 일상 서사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기사로서의 정체성을 잃고 무기력해진 상황 속에서 검을 쥔 이 인공지능 소녀가 겪는 인간적인 고뇌와 슬픈 고민들이 정말 섬세하게 표현되어 서사적으로 깊은 몰입이 되더라구요. 잔잔하면서도 가슴 먹먹한 빌드업이었습니다.
소비되지 않는 적들, 다크 테리토리 주민들의 묵직한 가치관 서사
그리고 드디어 본격적인 대규모 언더월드 전쟁이 시작되면서 극의 스케일은 최고조로 달합니다. 오션 터틀에 침입한 적들의 대장 가브리엘이 다크월드의 황제로 다이브 하면서, 다크 테리토리의 무시무시한 고블린, 오크, 암흑기사 등 수많은 마계 주민들을 이끌고 인계의 방어선을 맹렬히 압박해 들어오죠.
여기서 소아온 3기 후반부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던 부분은, 다크월드의 마물 주민들을 단순히 주인공 일행에게 베여 나가는 무지성 잡몹이나 소모품으로 대충 소비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평화를 갈망하던 암흑기사단장 샤샤나 종족의 생존을 위해 싸우는 오크 족장 등 그들에게도 눈물겨운 사정과 매력적인 관계, 그리고 묵직한 갈등 서사를 아주 촘촘하게 입혀주었습니다. 덕분에 선과 악의 단순한 이분법적 싸움이 아니라 각자의 간절한 사정으로 벌어지게 된 진짜 거대한 전쟁이라는 느낌이 팍팍 들어서 전쟁 카테고리를 보는 재미가 아주 최고였습니다. A-1 Pictures 특유의 화려한 연출력이 전투씬마다 대폭발했죠.
휠체어 위의 키리토, 고구마를 뚫고 터져 나온 역대급 주인공 각성
하지만 이런 피 터지는 전쟁 속에서도, 우리의 주인공 키리토는 영혼을 잃어버린 채 계속 휠체어에 앉아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소설로 볼 때도 '아니, 대체 이 녀석은 언제쯤 일어나서 이 눈물겨운 사건을 한방에 해결해 줄까' 혼자 속이 터지고 답답해하며 책장을 넘겼었는데, 애니메이션 속에서도 그 답답함은 아주 똑같았습니다. 눈앞에서 동료들이 다치는데 휠체어에서 웅크리고만 있으니 고구마가 따로 없었죠.
하지만 오히려 저는 이미 소설을 통해 키리토가 나중에 일어나서 보여줄 역대급 무쌍 활약 장면을 다 알고 있었기에, '빨리 뽕 차오르는 타이밍 나와라, 빨리 나와라!' 하면서 속으로 더 안달이 나 더 열심히 몰입해서 화면을 본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그리고 마침내 전황이 극단적인 절망으로 치달았을 때, 현실 세계에서 키리토를 구하기 위해 가상 세계로 다이브 해 들어온 아스나, 리즈벳, 시리카, 그리고 2기의 시논까지 소중한 일행들과 극적으로 재회하는 장면은 정말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감동적이었습니다. 뒤이어 수많은 동료의 염원과 아스나의 눈물 속에서, 마침내 키리토가 밤하늘의 검을 쥐고 완벽하게 각성하여 전장에 우뚝 서는 명장면은 그동안 쌓였던 모든 고구마 체증을 단숨에 쓸어버리는 소름 돋는 역대급 카타르시스를 선사했습니다. 역시 소아온의 사이다는 키리토의 안광이 돌아오는 순간 시작되는 게 맞더군요.
애니메이션으로 마주한 한국인 플레이어 등장의 기묘하고 신선한 충격
그리고 이 대전쟁 파트에서 제 기억에 남는 제일 신기하면서도 독특했던 명장면을 하나 꼽으라면, 역시 전쟁 중반부에 뜬금없이 '한국인 및 중국인 플레이어'들이 대규모로 적들의 선동에 속아 서버에 접속해 아군과 적군으로 뒤엉켜 싸우는 장면입니다. 사실 과거에 텍스트 소설책으로 이 부분을 먼저 읽을 때도 "와, 현실 세계의 한국 게이머들이 여기서 갑자기 튀어나온다고?" 하면서 정말 신기하고 기분이 묘했었거든요.
그런데 이 소설 속 텍스트 내용이 실제 화려한 화질의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완벽하게 표현되어 화면에 튀어나오니까, 기분이 신선하다 못해 솔직히 약간 웃기기까지 했습니다. 한국의 pc방 모습을 먼치킨 판타지 소아온에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요. 장르 특유의 진지한 전쟁 분위기 속에서도 묘한 유쾌함과 현실감을 주는 아주 기막힌 연출이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전체적으로 스토리 라인이 길고 회의 지옥과 전투의 연속이라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소아온 시리즈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한 대작임은 틀림없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3기 후반부 최고의 뽕 차오르던 각성의 순간은 언제였나요? 댓글로 자유롭게 뇌피셜을 공유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