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번 건 게일 온라인의 독특한 총기 액션과 마더즈 로자리오의 눈물겨운 감동을 다루었던 '소드 아트 온라인 2기' 리뷰에 이어서, 오늘은 세계관의 스케일이 말 그대로 안드로메다급으로 커지며 시리즈 중 가장 방대한 서사를 자랑하는 '소드 아트 온라인 3기(앨리시제이션)' 리뷰를 드디어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제 블로그의 소아온 연대기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중학교 시절 친구에게 처음 이 작품을 추천받은 이후로 정말 푹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과몰입을 했었는지 방학 때 친구들과 다 함께 서울 코믹월드(서코) 행사까지 찾아갔을 정도였죠. 줄을 길게 서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행사장 안을 가득 채운 소드 아트 온라인의 매력적인 비공식 굿즈들을 내 돈으로 직접 살 때의 그 짜릿함과 행복은 지금 생각해도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는 소중한 추억입니다. 그렇게 2기가 끝나고 나서 아쉽게도 꽤 오랜 기간 다음 내용이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되지 않았습니다. 참을성이 별로 없던 저는 뒤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고, 결국 원작 소설책을 구매해 처음부터 정주행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소설로 다시 차근차근 읽어보니, 미처 애니메이션의 짧은 러닝타임에 다 표현되지 못하고 생략되었던 디테일한 설정들이나 인물들의 속마음이 고스란히 적혀 있더라고요. 덕분에 이미 아는 같은 내용이라도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보듯 정말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소설 속에서 2기 마더즈 로자리오 편의 그다음 진정한 이야기인 '앨리시제이션'의 거대한 막을 마주하게 되었죠.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 파트가 나중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다면 도대체 얼마나 대박일까 하는 기대감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습니다. 텍스트로만 봐도 분량이 어마어마했고 상상력을 극도로 자극하는 멋진 장면들이 많았으니까요. 하루빨리 내가 상상했던 장면들이 웅장한 영상과 사운드로 표현된 작품을 보고 싶어 목을 빼고 기다렸는데, 드디어 대망의 3기 제작 발표 소식이 나고 방영이 시작되던 순간의 전율은 잊지 못합니다. 이번만큼은 완결을 기다리지 못하고 매주 한 화, 한 화 방영될 때마다 컴퓨터 앞에 얌전히 앉아 실시간으로 시청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래핑코핀의 잔당과 데스건 사태의 연장선, 다시 찾아온 죽음의 위기
소드 아트 온라인 3기의 시작은 유쾌한 일상이 아니라, 1기 시절의 지독한 악연이 불러온 숨 막히는 보복 사건으로 충격적이게 문을 엽니다. 아스나와 함께 데이트를 즐기며 길을 걷던 주인공 키리토 앞에 정체 모를 괴한이 나타나 앞길을 가로막죠. 그의 정체는 과거 데스건 사건의 핵심 공범이자, 1기 아인크라드 플레이 시절 악명을 떨쳤던 악질 살인 길드 '래핑코핀'의 생존 멤버인 아츠시(조니 블랙)였습니다. 키리토에게 지독한 악감정을 품고 복수의 기회만을 노려왔던 것입니다.
키리토는 아스나를 지키기 위해 맨몸으로 그에게 맞서 싸우지만, 결국 상대가 기습적으로 주사한 치명적인 약물을 정면으로 맞게 되며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심장이 멎는 최악의 죽음의 위기를 겪게 됩니다. 이 약물은 다름 아닌 지난 2기 데스건 사태 때 현실 세계의 유저들을 심장마비로 조용히 죽여 나갔던 바로 그 공포의 살인 약물이었죠. 응급실로 이송된 주인공을 두고 지인들과 가족들은 병원에 잘 입원해 치료받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지만, 이는 정부의 철저한 대외적 은폐였습니다. 주인공은 혼수상태인 뇌를 치료하고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가상과 공무원들에 의해 몰라보게 비밀리에 이송되어,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거대한 국가 일급비밀 시설 '오션 터틀' 내부의 특수 장치 안으로 강제 격리 조치됩니다.
언더월드로의 강제 다이브, 의문의 세계와 파트너 유지오와의 만남
한편, 주인공의 병문안 요청이 정부 측에 의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반복적으로 반려되자, 이상함을 감지한 아스나를 포함한 소아온 멤버들은 고도의 해킹과 추적 끝에 마침내 키리토가 갇혀 있는 시설의 정체를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그 시각, 주인공 키리토는 현실의 육체는 혼수상태에 빠진 채 정신만이 완전히 새로운 가상 세계인 '언더월드' 안으로 강제 다이브 되어 눈을 뜨게 됩니다. 일반적인 게임 세계와 공기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주인공은 직감적으로 눈치채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곳은 키리토가 과거에 고액 아르바이트라는 명목으로 비밀리에 연구에 참여해 도움을 주었던 공간이었습니다. 단순한 복사 붙여넣기 식의 게임 엔피시(NPC)가 아니라, 인간의 영혼(소울 번역기)을 복제하여 완벽한 자율형 인공지능(AI)을 만들어내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극비리에 구축한 고도의 영혼 가상 세계였던 것이죠. 왜 자신이 현실의 기억이 쪼개진 채 이 기묘한 초창기 마을 한복판에 덩그러니 들어와 있는지 깊은 의문과 혼란에 빠진 주인공은, 외부 세계와의 통신이 완전히 차단되어 버린 시스템 관리자들과 어떻게든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거대한 탑이 솟아있는 중앙 도시로 나아가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그 기나긴 여정의 시작점에서, 평생의 소중한 단짝 파트너이자 검사 동료인 '유지오'를 운명처럼 만나 마주하게 됩니다. 두 소년이 거대한 시스템의 장벽과 불합리한 세계의 규칙을 깨부수기 위해 여러 고난과 역경을 지나며 형제처럼 단단해지는 우정 서사는 3기 전반부의 가장 묵직한 중심축입니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경계, 묵직하고 철학적인 가치관의 충돌
제가 이번 소아온 3기 앨리시제이션을 보면서 정말 깊은 감명을 받았던 부분은, 단순히 칼싸움을 하며 레벨을 올리는 가벼운 먼치킨 장르를 넘어선 '서사의 깊이'에 있었습니다. 절대적인 권력으로 세계를 통제하는 가상 세계의 최고 통치자 '최고 사제 어드미니스트레이터'와, 그녀가 만든 불합리한 법률(금기 목록)에 묶여 무지성으로 순종하며 부당한 통치를 당하는 불쌍한 언더월드 사람들 사이의 갈등 구조가 굉장히 입체적이었습니다.
현실 세계의 평범한 인간인 주인공 키리토의 시선과, 영혼을 복제당해 태어났지만 인간과 완전히 똑같이 슬퍼하고 분노하는 인공지능 인간들의 밀도 높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가슴 한구석을 찡하게 울렸습니다. '도대체 영혼이란 무엇인가, 인공지능도 인간과 같은 권리를 누려야 하는가?' 같은 묵직한 의문들은 시청자로 하여금 애니를 보며 한 번쯤 깊게 진지하게 생각해 볼 정도로 아주 철학적인 심오한 내용을 가득 담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과거의 기억을 강제로 소거당한 채 시스템의 꼭두각시 기사로 살아가는 '정합기사'들이, 주인공 일행과 칼을 맞부딪치며 자신만의 숨겨진 진짜 가치관과 정의를 깨닫고 고뇌하는 심리 묘사들을 아주 매끄럽고 촘촘하게 잘 엮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빌런들조차 저마다의 신념이 있어서 서사가 아주 튼튼했죠.
원작 소설의 상상을 뛰어넘은 미친 작화와 화려한 전투씬의 향연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원작 소설책을 닳도록 보면서 머릿속으로 수만 번 상상하고 기대했던 그 수많은 하이라이트 전투씬들이, 애니메이션 본편에서 제 기대를 훨씬 초월하는 수준으로 기막히게 잘 연출된 것 같아서 정말 너무나도 마음에 드는 최고의 시리즈였습니다. 역시 소아온의 정통 제작사인 A-1 Pictures답게 자본과 영혼을 통째로 갈아 넣은 듯한 눈부신 영상미를 보여주더군요.
키리토와 유지오의 밤하늘의 검, 청장미 검의 화려한 완전 지배술 마법 연출부터 시작해서, 최고 사제의 방을 향해 탑을 한 층 한 층 올라가며 정합기사들과 벌이는 숨 막히는 일대일 검술 액션은 매 화 볼 때마다 뇌에 사정없이 도파민이 터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칼과 칼이 부딪칠 때 불꽃이 튀는 디테일과 박진감 넘치는 카메라 워킹은, 이전 시즌들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액션 장르의 끝판왕을 보여주었습니다. 후반부 유지오의 처절한 서사와 리즈시절 키리토의 멋진 각성 액션은 소름이 쫙 돋는 역대급 카타르시스였습니다. 지루한 회의물에 지쳐 눈이 번쩍 뜨이는 고퀄리티 판타지 무쌍을 갈망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긴 호흡을 가지고 3기 앨리시제이션을 꼭 정주행해 보시길 강력하게 추천해 드립니다!
마치며: 여러분이 기억하는 최고의 심장 뛰는 순간
중학교 시절 시골 교실을 떠나 낯선 환경에서 저를 구해준 평생 친구들과 함께 공유했던 이 소중한 취미가, 어느새 제 대학 진로를 결정하고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제 삶의 커다란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고 뭉클하기만 합니다. 3기는 단순한 게임 클리어를 넘어 영혼의 무게를 다룬 소아온 시리즈의 진정한 마스터피스였다고 자부합니다.
비록 전체 분량이 길어서 뇌 빼고 가볍게 보기에는 조금 묵직할지 몰라도, 탄탄한 세계관 구축과 소름 돋는 액션 연출의 밸런스가 정말 훌륭한 웰메이드 대작입니다. 여러분의 심장을 가장 세게 때렸던 키리토와 유지오의 무장 완전 지배술 명장면은 무엇이었나요? 댓글로 자유롭게 저와 함께 뜨거운 덕질 이야기를 나눠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