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번 제 인생의 첫 입덕작이자 진로까지 생명공학과로 바꾸어 놓았던 기념비적인 대작, '소드 아트 온라인(소아온)' 1기 리뷰를 올린 뒤 정말 많은 분이 공감해 주셨습니다. 밤새워 모니터 조명을 받으며 아인크라드 편을 전부 달렸던 그 시절의 도파민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웅장해지는데요. 오늘은 그 뜨거웠던 열기를 이어받아, 세계관의 확장과 동시에 장르적 변주를 꾀하며 큰 화제를 모았던 '소드 아트 온라인 2기' 리뷰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당시 1기 아인크라드 편과 페어리 댄스 편을 눈물 콧물 짜가며 밤을 하얗게 새워 전부 본 저는, 다음 날 아침 학교에 등교하자마자 저희들의 전용 아지트인 복도 엘리베이터 앞으로 쏜살같이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친구들과 모여 앉아 어제 봤던 소아온 이야기로 쉬는 시간 점심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정말 즐겁게 떠들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얼마나 과몰입을 했었는지 무뚝뚝하고 강한 친구에게는 '키리토', '에길' 같은 캐릭터 이름을 서로에게 장난치듯 붙여주며 낄낄대기도 했죠. 또 그 시절 유튜브에 한창 유행하던 소아온을 웃기게 야매로 더빙하거나 약을 한 사발 들이켠 듯이 편집해 놓은 매력적인 2차 창작 동영상들을 스마트폰 화면으로 같이 보면서 배를 잡고 웃었던 기억도 납니다. 그만큼 소아온은 저희 학창 시절의 중심에 있던 하나의 거대한 문화였습니다.
검과 마법의 세계에서 총기 액션 SF로, 건 게일 온라인의 파격적인 변신
그렇게 제 중학교 시절을 지배했던 소드 아트 온라인이 마침내 2기로 돌아왔을 때, 작품의 분위기는 1기와 비교해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습니다. 1기 아인크라드가 판타지풍의 가상현실 VRMMORPG를 배경으로 삼아 칼부림 액션을 선보였다면, 이번 2기 전반부는 황량한 황무지와 기계 문명이 가득한 '건 게일 온라인(GGO)'이라는 서부극 느낌의 FPS 장르 게임을 배경으로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거든요.
세계관의 설정도 1기의 카야바 아키히코 사태 이후를 아주 현실감 있게 다룹니다. 가상현실 게임 속에 2년 넘게 무자비하게 갇혀 있다가 극적으로 생환한 주인공과 학생들은 사회 복귀와 정상적인 적응을 돕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특수 학교에 강제로 입학하게 되죠. 그리고 풀다이브라는 무서운 새로운 시스템의 기기들과 치명적인 VR 게임들을 감시하고 총괄 관리하기 위한 특수 정부 기관인 '총무성 가상과'가 신설되는 등 작중 사회적으로 많은 제도가 생겨나게 됩니다. 그중 주인공 키리토가 이 낯선 총기 게임인 건 게일 온라인에 굳이 아바타를 파서 들어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위에서 언급한 정부 산하 기관의 공무원인 키쿠오카 세이지로로부터 의문의 '데스건 사태'에 대한 은밀한 조사를 대가성으로 부탁받으면서 시작됩니다.
가상현실 연쇄 살인 사건, '데스건'의 등장과 장르의 미스터리 추리물 변주
2기 초반부의 긴장감을 꽉 쥐고 흔드는 '데스건 사태'의 조건은 1기만큼이나 꽤나 자비 없고 무시무시했습니다. 건 게일 온라인 게임 내부에서 검은 망토를 쓴 정체불명의 유저 '데스건'이 특수한 해골 총으로 어떤 플레이어를 저격해 맞추면, 가상현실 속 유저가 사망함과 동시에 현실 세계에 누워있던 그 사람의 진짜 육체까지 심장마비로 죽어 나가는 기괴하고 전대미문의 연쇄 살인 사태가 벌어지게 된 것이죠.
이 기묘한 살인 내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을 때, 저는 단순한 판타지 액션물인 줄 알았던 소아온이 순간 미스터리 추리 장르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져 뇌 세포를 풀가동했었습니다. '도대체 게임 속에서 총을 쏘는데 어떻게 현실의 인간을 물리적으로 죽일 수 있는 거지?' 하고 머릿속에서 혼자 소름 돋는 수많은 과학적 가설과 트릭들을 생각하며 밤새 몰입해 봤었거든요. 주인공 키리토는 이 귀신 고스트 같은 사태의 실마리를 풀고 범인을 잡기 위해, 자신의 시그니처였던 검은 옷 대신 예쁜 단발머리 여장 아바타로 GGO에 접속해 단서를 쫓기 시작합니다.
총알을 쳐내는 광선검의 사이다 액션과 시논을 구원한 키리토의 활약
무엇보다 제가 이 2기 전반부에서 가장 짜릿하게 좋아하고 아직도 가끔 찾아서 돌려보는 포인트는, 키리토가 FPS 총기 게임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남들 다 쓰는 소총이나 권총 대신 오직 '광선검' 한 자루만을 고집하며 전장을 지배하는 변태적인 플레이 방식이었습니다. 빗발치는 스나이퍼의 실탄과 불릿 라인을 예측하여, 눈이 돌아가는 엄청난 속도로 상대의 총알을 공중에서 칼로 쳐내거나 베어버리는 키리토의 미친 광선검 사이다 액션은 중학생이던 제 마음을 또 한 번 웅장하게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습니다. 역시 먼치킨은 칼을 잡아야 제맛이라는 카타르시스가 느껴졌죠.
키리토는 최고의 스나이퍼이자 과거의 큰 트라우마를 안고 싸우는 '시논'이라는 한 외로운 여자아이와 운명적으로 만나 한 팀을 이루게 되고, GGO 최고의 대회인 불릿 오브 불릿츠(BoB) 결승전에서 사투 끝에 마침내 공포의 대상이었던 데스건을 멋지게 쓰러트리는 데 성공합니다. 나중에 밝혀진 데스건 사건의 전말은 정말 영리하면서도 소름 돋았는데요. 게임 내에서 데스건이 총을 쏘는 그 순간, 현실 세계의 공범이 피해자의 허술한 집 문을 따고 들어가 주사기로 치명적인 약을 직접 투입해 죽이는 지독하게 아날로그적이고 치밀한 합동 계획 살인 범죄였습니다. 심지어 그 사악한 공범 중 한 명이 현실에서 시논과 아주 가깝게 지내던 아는 사이였고, 시논 또한 현실의 방 안에서 데스건 공범에게 목숨을 위협받던 절체절명의 순간에 키리토가 극적으로 그녀의 자취방 문을 부수고 들어와 구해내면서 2기의 첫 거대한 미스터리 사태는 은혜롭게 마무리가 됩니다.
슬픈 감동의 마스터피스, '마더즈 로자리오'로 완성된 2기의 엔딩
그렇게 숨 막히던 데스건 총기 추리 사건이 시원하게 해결된 뒤, 2기 후반부에는 소드 아트 온라인 전체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슬프고도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최고의 감동적인 스토리인 '마더즈 로자리오' 에피소드가 이어지며 감동의 정점을 찍습니다. 1기에서 조금 소외되었던 히로인 아스나를 메인 주인공으로 내세워, 절대 검사라 불리는 슬픈 사연의 소녀 '유우키'와의 짧지만 찬란했던 우정과 가상현실 의학 기기(메디큐보이드)가 줄 수 있는 인간 구원의 진정한 메시지를 아주 깊이 있게 다루죠.
GGO 편이 짜릿한 손맛과 사이다를 주는 화려한 먼치킨 액션의 재미였다면, 마더즈 로자리오 편은 찐한 여운과 감동의 눈물을 펑펑 쏟게 만드는 예술적인 드라마 서사였습니다. 이렇게 액션과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완벽하게 잡아내며 소아온 2기는 훌륭하게 막을 내리게 됩니다. 지금 다시 보더라도 가상현실이라는 소재를 이만큼 다채롭게 요리한 작품은 드문 것 같아요. 여러분의 가슴을 가장 먹먹하게 만들었던 유우키의 11연격 스킬 이름은 무엇이었나요? 댓글로 자유롭게 추억을 공유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