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끔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에 인생작을 만나기도 합니다. 제가 오늘 이야기할 '나 혼자만 레벨업' 이 딱 그런 작품이었는데요. 사실 이 작품을 처음 보게 된 건 친구들과 다 함께 놀러 갔을 때였습니다. 숙소에서 맛있는 요리를 잔뜩 만들어 먹고 행복한 기분으로 TV 앞에 옹기종기 둘러앉았죠.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보고 있는데, 한 채널에서 마침 이 작품의 첫 화가 방영 중이었습니다.
평소에 웹툰에는 그리 큰 관심이 없던 터라 저는 처음 보는 제목의 작품이었어요. 신기해서 옆에 있던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이게 한국에서 엄청나게 유명한 웹툰이라고 알려주더라고요. 우리 한국 작품이 이렇게 고퀄리티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다는 게 신기하기도 해서 다 같이 잠깐만 찍먹해 보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하필 첫 화이긴 했지만 처음부터 본 게 아니라 중간부터 보게 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작품의 기본적인 설정이나 세계관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상태였거든요. 그 와중에 화면 속에서는 주인공 무리가 너무나 잔인하게 죽어가고 있었고, 그걸 보며 속으로 '뭐지? 이 잔인하기만 한 작품은?'이라는 생각과 함께 흥미가 뚝 떨어졌습니다. 결국 그 당시에는 별 미련 없이 TV를 끄고 친구들과 게임을 하며 밤새 놀았습니다.
유튜브 숏츠로 다시 만난 인연, 정주행의 시작
그렇게 제 기억 속에서 잊혀 가던 이 작품이 다시 제 흥미를 끈 건 전혀 예상치 못한 곳이었습니다. 바로 유튜브를 하다가 우연히 보게 된 숏츠 영상이었죠. 화면 속에서 펼쳐지는, 소위 '뽕이 차오르는' 화려한 전투씬과 눈을 뗄 수 없는 압도적인 작화 퀄리티가 제 시선을 완전히 사로잡았습니다. 대체 무슨 작품인가 싶어 궁금해서 제목을 확인해 보니, 놀랍게도 과거 숙소에서 보았던 '나 혼자만 레벨업'이었습니다.
마침 그때는 이미 애니메이션 2기까지 모두 나온 상태라 끊길 걱정 없이 한 번에 달리기 딱 좋은 타이밍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제대로 한번 정주행해 보자는 생각에 좋아하는 팝콘과 시원한 음료를 준비해서 제대로 자리에 앉았습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애니메이션의 첫 장면은 과거에 있었던 충격적인 '제주도 레이드' 사건을 보여주며 이 세계관의 설정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1화의 완전한 앞부분부터 차근차근 보기 시작하니, 예전에 친구들과 숙소에서 보면서 가졌던 온갖 의문들이 단번에 해소되더라고요. 역시 어떤 작품이든 시작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인류 최약병기' 주인공의 답답했던 초반 빌드업
초반부의 주인공 성진우는 솔직히 말해서 그리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니었습니다. '인류 최약병기'라는 아주 불명예스러운 별명으로 불릴 만큼 약한 E급 헌터로 나오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제가 예전에 숙소에서 처음 접했던 그 끔찍한 이중 던전 장면이 고스란히 나오더라고요. 설정을 알고 나니 이제서야 해당 장면들이 가진 의미와 공포가 온전히 이해되었고, 소름이 돋으면서 작품에 엄청나게 몰입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중 던전에서 살아남아 기적적으로 새로운 능력을 각성하고서도 주인공의 태도는 한동안 답답했습니다. 여전히 자신은 약하다면서 혼자 빌빌대는 모습은 솔직히 정이 잘 가지 않았거든요. 특히 혼자 던전에서 독니의 카사카를 잡을 때까지도 계속해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나는 강하지 않다"며 마음속으로 찡찡대던 모습은 보는 사람을 조금 감질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황동석 사건과 외모 격변, 그리고 터져 나오는 먼치킨 사이다
그랬던 주인공이 완전히 급변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황동석 공격대 사건'부터였습니다. 배신과 음모가 판치는 던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시스템의 퀘스트를 받아들이고, 생존을 위해 각성하게 되는 시점이죠. 이 사건을 계기로 주인공은 내면뿐만 아니라 외견부터 눈에 띄게 샤프하고 멋있게 격변하기 시작합니다.
그 이후부터 자신을 위협하는 적들을 가차 없이, 그리고 시원시원하게 잡아내는 모습은 그야말로 소위 '먼치킨 장르'가 가진 최고의 장점을 보여주는 짜릿한 사이다 장면들의 연속이었습니다. 고구마 같던 초반 빌드업을 지나 제대로 된 도파민이 터지기 시작한 것이죠.
이 단계에 진입하니 제 머릿속에서는 질문과 궁금증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터 주인공이 또 어떤 거침없는 행동을 할까?', '강력한 적들을 앞으로 어떻게 처리해 나갈까?', 그리고 무엇보다 '주인공이 각성한 이 의문의 능력, 시스템에는 도대체 어떤 거대한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걸까?' 하는 생각들에 완전히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정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빠져들어 보다 보니 어느새 1기가 끝나 있더라고요.
빠른 전개와 시원한 도파민, 2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매력
돌이켜보면 '나 혼자만 레벨업' 1기의 가장 큰 매력은 초반의 묵직한 빌드업을 영리하게 끝내고, 이후부터 지루할 틈 없이 몰아치는 빠른 전개로 시청자에게 시원한 도파민을 선사하는 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원작 웹툰의 독보적인 재미를 A-1 Pictures라는 걸출한 제작사가 화려한 액션 연출로 훌륭하게 시각화해 냈고, 덕분에 서브컬처 애니메이션 입문자들도 호불호 없이 빠져들 수 있는 흡입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특히 1기의 마지막 강렬한 전직 퀘스트를 통해 주인공이 마침내 무시무시한 '그림자 군주'로 각성하며 끝이 나는데, 그 순간 전율이 돋으면서 이어질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폭발했습니다. 자신의 그림자 군대를 이끌고 싸울 성진우가 앞으로 어떤 역대급 활약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아직 이 사이다 매력을 못 느껴보신 분들이 있다면, 주말을 투자해 꼭 정주행해 보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